Exhibition/Past

일기,록 [diary,record]

 

일기,록 [diary,record] 


 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들과 마주친다. 어쩌면 그것은 사람, 또는 풍경이나 사물일지도 모른다. 그것들을 마주하며 우리는 때때로 분명 이전에는 본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론 수십, 수백번을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본 듯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. 우리가 아는 단어인 ‘데자뷰’와 ‘자메뷰’가 그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로써 사용되곤 하는데, 나는 그 중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‘자메뷰’적 순간을 포착해 기록한다. 그 순간은 수 없이 지나다녔던 공간에 번진 그림자이기도 하고, 익숙하게 봐왔던 사물들이 본래와는 별개의 느낌을 가지는 순간이기도 하며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정말 공간 자체가 바뀐 풍경이기도 하다. 나는 그 순간을 나만의 ‘낙원’으로 여기고 그것들을 직접 담아 내기 위해 사생을 하기도 하고, 있는 그대로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도 하며 그 기록들을 곱씹으며 재 기록하기도 한다. 그런 과정들을 통해 그려내는 것들은 분명 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에, 우리에게서 스쳐 지나갔지만 관심있게 본적 없던 기억들과 연결되는 매개체로 작용되길 희망한다. 나는 낯설게 느껴지는 ‘자메뷰’를 포착해 표현하지만, 관람자는 익숙한 것 (다만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왔던 것) 이라고 여겨지는 ‘데자뷰’를 느끼고 본인의 기억 속 익숙한 공간과 소통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한 일일지도 모른다.

설학영 전시노트

 

설학영, 이승연, 정해민, 홍혜림 

국민대학교 갤러리

2020. 05. 2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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